Lee bumsoo(Page 4, 6, 8, 9)
Jin hyosuk(Page 11, 12, 13, 14)
가끔 제목에서 형태를 차용할 때가 있는데 이 프로젝트가 그렇습니다. ‘불완전한 리스트’는 소규모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가 제작한 일회성 인쇄물을 수집하고, 그 결과물을 특정 시간에 열람할 수 있는 일종의 마이크로 열람실입니다. 일반적 형태의 도서 열람 가구로는 인쇄물들이 가진 특성(대부분 책등이 없는 한 장짜리)을 전혀 나타낼 수 없었습니다. 한편, 일민미술관 전시실 1층은 바닥에 고저차가 있는 게 특징인데, 이 턱에 끊어진 다리처럼 불안해 보이는 ‘불완전한’ 형태의 좌대를 만들어 전시물을 수납하는 형태로 연출했습니다.
※ 2016년 그래픽 디자이너 최성민, 김형진이 기획한 전시 «그래픽 디자인, 2005~2015, 서울»의 일부
불완전함은 때로 완전함 이상의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. ‘불완전한 리스트’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고, 결핍에서 비롯된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자극합니다. 인쇄물이라는 매체는 늘 그 시대와 환경의 흔적을 담습니다. 특히 책등이 없는 한 장짜리 인쇄물들은 그 자체로 대량생산이 아니라, 개별성과 소규모 실험 정신을 담아냅니다. 이는 대형 출판물이나 매끈한 상업 디자인과는 다른, 인간적인 온기를 전달합니다.
이번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‘불완전한’ 좌대 디자인은 이 같은 철학을 그대로 반영합니다. 완벽히 매끄럽고 단정한 형태보다는, 흠결과 틈을 가진 형태는 관객의 호기심을 유도하고, 그 자체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. 일민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을 적극 활용하여, 고저차라는 구조적 제약을 불완전함이라는 컨셉으로 재해석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.
불완전함은 단순한 부족이 아닌, 가능성과 연대를 의미합니다. 이 프로젝트는 작은 스튜디오와 디자이너들 간의 연결 고리이자,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고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로 작동합니다. 각 인쇄물은 하나의 조각으로서 불완전하지만,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됩니다.
“불완전한 리스트”는 단순한 열람실이 아니라, 우리에게 불완전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.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을 때 느껴지는 공허감이 아니라, 아직 남아 있는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.
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완전함을 추구하기보다, 그 사이의 균열을 바라보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,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음을 배웁니다.